1화 안에 주인공이 뭘 원하는지 보여주세요
원고 피드백을 하다 보면 "1화 반응이 너무 없어요"라며 원고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. 막상 읽어보면 문장도 깔끔하고 설정에 공들인 티도 나요. 그런데 1화를 다 읽고 나서도 이 주인공이 뭘 하려는 사람인지 모르겠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.
독자는 결국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읽거든요. 주인공이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면 같이 갈 이유도 생기지 않습니다.
회귀물로 예를 들어볼게요.
주인공이 눈을 뜹니다. 익숙한 천장이 보이고, 10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걸 깨닫습니다. 창밖 풍경이 나오고,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회상이 길게 이어지고, 가족과 아침을 먹습니다. 그렇게 1화가 끝난다면 독자가 알게 된 건 "이 사람이 돌아왔다"는 사실 하나입니다.
같은 장면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. 주인공이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 날짜부터 확인합니다.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어보니 사흘 남았어요. 사흘 뒤 동생이 그 사고를 당합니다. 회상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만 짧게 넣고, 주인공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. 이러면 2화를 누르는 독자는 "사흘 안에 사건을 막을 수 있나"가 궁금해지고,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뭘 해야하는지 알 게 되죠.
몇 가지만 덧붙이면요.
목표가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. 복수나 천하제일 같은 최종 목표를 1화에서 다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. "오늘 밤 안에 이 집에서 나간다", "내일 시험에서 저 녀석을 이긴다" 정도의 당장의 목표면 충분하고, 오히려 이렇게 가까운 목표가 독자를 더 잘 붙잡습니다. 큰 목표는 나중에 조금씩 드러내도 늦지 않아요.
그리고 가능하면 주인공이 직접 말로 다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습니다. "반드시 막겠다"고 독백하는 것보다 날짜를 세고 곧바로 뛰쳐나가는 장면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게 되어있어요.
마지막으로 간단한 확인법 하나. 1화를 다 쓰고 나서 "이 주인공은 지금 ___을 하려고 한다"는 빈칸을 한 줄로 채워보세요. 바로 안 채워진다면 1화에서 손 볼 곳이 거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.